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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01 산후 조리원 접수하는 날.
  오늘 우리 봄이 아빠노릇 톡톡히 했습니다.
새벽 2시30분에 비몽사몽 일어났습니다. 알람을 몇 개나 마춰놨는지 울릴때 마다 끄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일찍 일어났냐구요? 바로 산후조리원 접수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다니는 병원에서 산후조리도 하려고 하니 이렇게 됐습니다. 병원도 깨끗하고 맘에 들었는데 산후조리원도 평이 좋더라구요. 그래서 알아봤습니다. 상담하시는 분께
"접수를 하려고 하는데 언제 정도에 접수 마감되나요?"
라고 물었더니 그분 왈
"언제랄 것도 없어요. 접수 첫날 당일 그것도 시작하자마자 끝나요"

  이유인즉, 병원 진료다니는 분들 수에 비해 산후조리원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많이 부족해서 경쟁율이 심하고 그래서 미리미리 와서 기다린다는 겁니다. 이럴수가. 이럴수가. 다른 산후조리원도 알아보고 여유있게(?) 알아보려고 했는데 그럴 정신이 없습니다. 일단 여기를 잡아야 하겠기에. 사랑이와 저는 그 때부터 조바심이 났습니다. 지난달 1일에도 8시 시작하여 30분에 완료됐다고 합니다. 어떤 분들은 새벽5시에 오기도 하고 2시에 오기도 했답니다. 10월 예정은 더욱 경쟁율이 높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몇 시에 가야 한다는 겁니까.
  고민고민하다가 '2시에 일어나서 3시 30분정도에 도착하자!'라고 결심하고 어제 일찍 취침, 택시를 바로 못 탈 것을 대비해서 콜택시 전화번호도 알아놨었습니다.
  드디어 결전의 그날 8월1일 새벽 2시 30분입니다. 집에서 출발해서 다행이 택시를 바로 탔고 병원에 금방 도착했습니다.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으로 사랑이에게 도착했다는 전화 한 통 때렸습니다. 사랑이도 새벽에 일어났다가 잠을 못자고 있는 모양입니다. 자신있게
"걱정마 이렇게 일찍 왔는데 당연히 성공이지"
라고 호기를 부려봤습니다. 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습니다. 비장한 모습(?)으로 병원문을 통과해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과연 10층에 올라가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을까. 수용인원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제발 성공했으면... 제발! 제발!"
간절히 바라고 바랬습니다. 마음속으로 연신 '제발!제발!'이라고 외쳤습니다. '아빠가 되서 우리 아기 세상 첫 대면에 갈곳없는 불쌍한(?) 아이 되지 않게 해야 하는데'라고 걱정했습니다. 10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땡'소리를 내면서 문이 열렸습니다. 캄캄했습니다. 상담할 때의 기억을 더듬어 대기 장소 입구를 찾느라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드디어 현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테이블에 업드려 있었고 4번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그게 다였습니다. 나는 4등으로 도착한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때 당시에는 일단 성공했다는 기쁨과 안도였습니다.
  3시 30분도 안되어 도착을 했으니 실제 접수 때 까지는 5시간 정도 남았던 것입니다. PMP로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해도 시간은 정말 안 가더군요. 아마 6시30분 정도에 거의 꽉 찼을 겁니다. 수용인원 이후의 분들은 대시자 명단에 올려야 하겠지요. 아무튼 나는 성공했습니다.
  사랑이가 8시에 도착해서 접수를 끝냈고 설렁탕 한 그릇을 뚝딱 비웠습니다. 그리고 출근을 했습니다. 초최한 모습으로! 오늘 하루 무지 무지 피곤하겠지요! 눈꺼풀도 무겁겠고! 하지만 홀가분합니다.

  봄이 아빠는 성공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는데 여기 못 들어가면 다른 곳도 있지 않겠습니까? 좀 불편하겠지만^^ 하지만 역시 잘 했다고 생각 합니다. 봄아 건강해라^^)
Posted by otam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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